[수정완료] First Draft

2008년 7월 3일 23:27
  해가 하늘 높이 걸려 있던 여름날, 주(主)는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 아래의 서늘한 바위 위에 배를 깔고 누운 채 자고 있었다. 주는 더운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날이면 그는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거나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다가 해가 저물어 더위가 사라진 후에야 조금씩 움직이고는 했다. 그리고 주는 그 날도 자신의 지정석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산의 동물들도 감히 주의 낮잠을 방해하지 못한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7월 3일 23시 50분 ~ 7월 4일 00시 6분 추가 / 00시 9분 수정
  그렇게 늘어져 있던 주의 귀가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떨렸다. 무언가 거칠게 수풀을 헤치며 주가 있는 곳으로 올라오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진행 방향을 보아하니, 이대로만 간다면 주의 바위를 지나쳐 산을 타고 올라갈 듯 싶었다. 하지만 주는 소리의 근원이 그의 산을 통과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산 아래쪽으로 불며 주의 냄새를 소리쪽으로 실어가던 바람의 풍향이 바뀌며, 소리의 근원에서부터 실어온 냄새 때문이었다. 그 냄새는 여지껏 그의 산 안에서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였다.

7월 5일 23시 47분 ~ 7월 7일 03시 29분
  그 냄새는 짐승의 냄새가 아니었다. 설령 처음 맡는 냄새여도 주는 짐승들만의 공통된 냄새로 그것이 짐승인지, 식물인지 알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풍겨오는 냄새에는 오물에서나 날 법한 악취 사이에 아주 희미한 짐승의 냄새가 섞여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오물을 뒤집어 쓴 짐승이어서 악취가 나는건지, 아니면 짐승의 냄새가 섞여있는 오물이어서 짐승의 냄새가 나는건지 구분도 할 수 없었다. 주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그 냄새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냄새의 동선 앞에 위치한 덤불숲으로 향했다.

7월 9일 21시 58분 ~ 22시 5분
  덤불 사이에 자리를 잡은 주는 오감을 예민하게 곤두세운 채 냄새가 접근하길 기다렸다. 점차 냄새가 진해지고, 소리가 가까워졌다.

7월 12일 21시 46분 ~ 22시 06분
  잠시 후에 가지가 꺾이는 소리와 함께, 여러 개의 움직이는 물체가 드러났다. 선두에는 주도 잘 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산에 유독 자주 들어와서 과일 등을 가져 가는 인간 수컷이었다. 그러나 청년의 뒤에는 생전 처음 보는, 기묘한 색의 인간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 인간들은 주가 여지껏 본 인간들과는 틀렸다.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알 수 없었고, 가죽은 제각기 틀린 기묘한 색과 모양을 하고 있었다. 주가 그 형상에 놀라고 있을때 아까의 악취가 코를 찔렀다. 저 괴기하게 생긴 인간들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7월 19일 17시 49분 ~ 18시 14분
  주는 상대가 인간들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곧 자리를 떴다. 인간들은 산을 오가며 그들이 먹기 위해 과일을 따고 나물을 캐며 간혹 토끼나 사슴을 사냥할 뿐,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악취가 나기는 했지만 같은 토끼라도 각자 냄새가 틀리니 그와 같은 경우라 생각하고 넘어간 것이었다.

  인간들의 악취는 꽤 오래 산에 머물러 있었다. 평소때라면 한두시간 이라면 산에서 내려갔을 텐데.

7월 22일 20시 22분. 7월 30일 4시 21분 수정
  계속 코로 인간들의 냄새를 쫒던 그는 해가 진 후에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자 결국 다시 한번 냄새를 추적했다. 왜 떠나지 않는건가. 이 산이 내 것이라는 걸 아는 인간들도 있는데 왜 아직도 머물러서 고약한 냄새를 묻히는건지 당췌 알 수가 없었다. 약간의 불만을 품은 채 그는 소리를 죽이고 덤불 사이로 인간들을 응시했다. 인간들이 피워놓은 불빛 덕분에 뭘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불 주위에 둘러 앉아 그들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며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있었다.

  하룻밤 머물어 간다고 생각하여 떨떠름한 심정으로 물러나려던 그는 순간 끼쳐온 진한 냄새에 당황하여 다시금 인간들을 돌아보았다. 한 쪽 구석에 쌓인 시체 더미를 목도한 그는 일순 분노로 몸의 털이 바짝 서는 것을 느꼈다. 사슴, 멧돼지, 토끼- 이 산의 동물들이, 열 마리가 넘도록 죽어있었다.

  그의 움직임은, 조용하고 빨랐으며 무엇보다도 강했다.

  주가 달려들며 휘두른 앞발에 얼굴을 맞은 사람의 목에서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나며 기이한 각도로 뒤틀려 꺾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그 일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잠시 주를 바라보며 멈추어 있었다. 그 후로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당황한 채 아무것도 못 하는 인간들을 주는 용서없이 물어 뜯고 찢어발겼다.

7월 30일 04시 18분 ~ 5시 58분
  절대적인 힘과 폭력, 그 앞에 인간들은 속절없이 차디 찬 주검이 되어갔다. 주가  살육을 멈춘 것은 그 주변의 인간들이 모두 죽어 나자빠진 후였다.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살아있는' 인간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자 그제야 경계를 풀고 주위를 살핀 것이었다. 이렇게 인간들의 중심에 서 있으니, 인간들에게서 왜 그리 고약한 냄새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자연에서 나온 것들이 아닌, 인간의 손이 갔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에서 나는 냄새였다.

  분노가 가라앉고 마음이 놓이자 갑작스레 허기가 느껴졌다. 결국 주는 아직 식지 않은 시체를 찾아, 크게 입을 벌려 제일 물렁한 복부를 물어 찢었다. 강한 턱힘을 이기지 못한 살이 찢어지고, 시뻘건 내장이 보인다. 주는 체면차리지 않고 식사를 시작했다.

  다음날 정오께 이르러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시 산을 올라왔다. 어젯밤의 참극으로부터 간신히 도망친 남자에게서 산에 사냥을 하러 간 사람들이 호랑이에게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마을사람들이 시신이라도 수습해주기 위해 올라온 것이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시신들은 이미 주 외에도 다른 짐승들에게 뜯겨 손상되어있었다. 선두에서 일행을 이끌어 온 원주민은 침통한 표정으로 시체들을 바라보다가 곧 청년들에게 시체를 수습하고 짐을 챙기라 지시를 내렸다. 마을에 남아있던 이방인들 중 하나가 원주민에게 다가와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 울분을 터뜨렸다.

  "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죽다니..! 호랑이가 살고 있다는 건 들었지만, 이렇게 흉폭하다고는 안 했잖습니까?! "
  " 당신들이 너무 많은 동물을 죽여서 이렇게 된 거요. 어떤 짐승이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자신의 먹이를 가로챈 침략자에게 용서는 없소. 자비도 없지. 그저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싸울 뿐이오. 그리고 당신들 일행은 우리의 권고를 무시하고 그의 영역을 침범했지. 그리고 힘이 약해 죽었소. 그 뿐이오. "
  " 그 무슨 말을... "
  " 어서 돌아갑시다. 언제 그가 우리를 덮칠지 모르니... 서두르시오. "

  당황한 채 서있는 이방인을 뒤로 한 채, 원주민은 일을 마친 청년들을 이끌고 온 길을 되짚어 마을로 내려갔다.



00시 9분 수정
허나 그렇게 놔둘 수 만은 없을 것 같았다. => 하지만 주는 소리의 근원이 그의 산을 통과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그 냄새는' 추가

7월 30일 4시 21분 수정
거지... -> 건지 당췌 알 수가 없었다.

by 쟈카르티아 | 2008/07/30 06:10 | 소설[2]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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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야 하는 것 Second Draft First Draft 길을 내어 잇는 자 01 카밀라 01 | 02 | 03 칼렌 셰던 01 | 02 | 03 은과금 | 패배 01 | 02 블랙 캣 검은사기 다 쓴 것 은과금 | 내기 ... more

Commented by 리까 at 2008/07/03 23:33
저런놈 보면 태클걸고싶더라 ...
Commented by 참치옷성인 at 2008/07/03 23:34
아이고 부러워 나도 저렇게 놀고싶어
Commented by 루토 at 2008/07/10 00:43
박재동 선생님이라 꽤 부러운데
ㅋㅋㅋㅋㅋ 저번에 그림 잘 봤어영
완전 멋지던데
누나의 얼굴은 내가 알고 있다(..)
Commented by 참치옷성인 at 2008/07/12 23:53
오오 수정했고나 멋지다 쟈카는 정말 글솜씨가 좋아! 부럽다ㅠㅠ 이 뒤 이야기도 기대할게!!
Commented by Űź at 2008/07/30 22:37
오옷.... 멋지네요/// 소설 잘 쓰시는 분들 정말 부러워요ㅠ
Commented by 시엘로 at 2008/07/30 23:04
.....미안하다./후
Commented by 켈핑 at 2008/07/30 23:30
처음으로 댓글 남겨보구요 ㅠㅠㅠㅠ
글 정말 잘쓰셔서 참으로 멋지시구 부럽그... 막 그르네요 ㅠㅠ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보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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